2013년 7월 10일 수요일

용인 살인, 사이코패스 아닌 소시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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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용인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한 남성이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뒤에 살해했습니다. 그리고는 시신의 살점을 도려낸 뒤에 부피를 줄여서 장롱에 보관한 겁니다. 수원의 오원춘 사건과 닮았죠.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이 범인은 열아홉, 피해자는 17살이었고요. 범인은 범행을 저지른 뒤에 자신의 SNS에 ‘나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라고 쓰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이 잔혹범죄,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이 사건 어떻게 보셨어요?

◆ 이윤호>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한 사회가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요. 게다가 열아홉밖에 되지 않은 미성년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그런 사건이죠. 또 우리에게 많은 경고와 경종을 주는 거라고 봅니다.

◇ 김현정> 살인 자체도 충격입니다만, 더 충격적인 건 목 졸라 살해한 뒤에 무려 16시간 동안 모텔 방 화장실에서 공업용 커터칼로 이 시신을 훼손했다는 겁니다. 이건 왜 그랬다고 그러나요?

◆ 이윤호> 우선 본인 얘기대로 성폭력 혐의로 신고할까 봐, 처벌을 받을까 봐 잡힐까봐 두려워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체를 어딘가에 치워야 되는데 그냥 맨몸으로는 치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동차도 없고, 다른 수단이 없어서. 시체를 은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훼손할 수 없었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그 부분도 전혀 거짓말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다음에는 대개 청소년들이 이런 위험한 행위를 하는 이유는 본인이 얘기도 했습니다마는 인터넷 등과 같은 매체에 많이 탐닉돼 있고 몰입돼 있는 상태에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가끔은 혼돈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몰입돼 있다 보면 본인이 스스로 가상세계의 본인과 현실세계의 본인을 착각해서 이런 행위를 쉽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발적으로 살해까지는 했더라도 시신 훼손이라는 건 차원을 넘을 만큼 엄청 흉악한 건데, 이 부분에서 단순히 부피 줄여야지 하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이윤호> 그렇죠.

◇ 김현정> 신 모군의 경찰진술을 보니까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그 부분이 나오더군요. ‘평소에도 시신을 훼손하는 공포영화를 좋아했고, 인터넷을 통해서 시신 훼손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다. 해부학 관련된 내용도 나는 자주 검색했다.’ 그런데 그 정도 가지고,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 겁니까?

◆ 이윤호> 이게 몇 가지 의미를 주는데요. 청소년들이 아직까지 판단력이나 이성적 사고력이 부족한 친구들이고, 한 군데 매몰되게 되면 푹 빠지게 돼서 다른 것들이 보이거나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폭력성에 지나치게 많이 몰입되게 되면 폭력에 대한 어떤 허용 범위라고 그럴까요. 폭력을 수용하는 것들이 더 수준이 낮아져서 폭력을 폭력이 아닌 것으로 여기게 되는 폭력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고 무지해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 쉽게 잔인한 행위를 할 수가 있고요.

또 아까 얘기한 것처럼 이것이 현실인지 가상세계인지에 대한 혼란 속에서 판단이 흐려지게 되고요. 또 이런 것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가 되고, 이런 미디어라든가 영상장면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많이 구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수용되어 있고, 일반화되어 있고, 보편화되어 있고, 일상화되어 있는 걸로 이렇게 착각을 하는 것. 그래서 자기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돼서 죄의식을 적게 느끼기도 하죠. 이런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일각에서는 시신을 훼손한 부분이 수원 오원춘 사건과 닮았는데, 당시 오원춘은 사이코패스 얘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 범인, 이 10대 학생도 사이코패스냐? 이런 얘기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 이윤호> 글쎄요. 사이코패스다, 아니다 라고 얘기하는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중에 하나가 상대방,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잔인할 수 있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특징 때문에 사이코패스라는 이름을 많이 갖다 붙이기는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오원춘도, 이번 신 모군 사건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잔인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오히려 신 모군의 경우는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이코패스는 대개 보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잔인한 범죄자로 돌변하는 반사회적 인성의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회 속에서 정상적으로 잘 살다가, 돌변하는 게 사이코패스다?

◆ 이윤호> 그렇죠. 반사회적 인성 문제가 생겨서 잔인해질 수 있는데. 신 모군의 경우는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저는 소시오패스라고 생각이 들어요. 소시오패스는 그 표현대로 반사회적 사회성 장애겠죠.

사이코패스가 심리학적 정신질환이라면 소시오패스는 사회학적인 사회적 정신장애나 질환을 얘기하겠죠. 그래서 반사회적 사회성 장애를 가진 아이 아닐까. 혼자 외톨이로 떨어져 살고, 학교도 다니지 않고 있고,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있고. 그러면서 더더욱 인터넷이나 이런 동영상에 몰입하게 되고, 해부학이라는 것도 보게 되고, 폭력적인 것도 보게 되고, 자신을 거기에 대비 시켜서 살인범과 자신을 동일시, 일체화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고.

본인이 진술에서도 그런 면을 약간은 비췄죠. 해부학서를 보면서 언젠가 이런 것을 해 보고 싶었다든가 조각내면서도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든가 이런 것을 보면 아마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소시오패스라고 보면 좋지 않을까.

◇ 김현정> 결정적 차이는 ‘평소에 사회생활을 했느냐, 안 했느냐’ 이 차이가 되는 거예요. 이 학생은 학교를 자퇴했다고 하죠. 아주 혼자 외톨이처럼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또 하나 특징적이고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해서 시신을 훼손한 후에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그리고 자신의 SNS에 뭐라고 썼는가 하니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제 메말라버렸다. 오늘 나는 죄책감이라는 감정도,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오늘 피 냄새에 묻혀 잠들어야겠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당신 용기 높게 삽니다. 고맙네요.” 이런 글을 남겼다는 겁니다. 저는 듣고서는 소름이 쫙 끼쳤어요, 정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 이윤호> 저는 오히려 반대의 감정을 느껴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 이윤호>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화나 합리화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세상이 나를 이렇게 내몰았다는 후회와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그런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죄의식도 없는 잔인성을 내보이기 위해서 했다기보다는 내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도 참 피해자고 나도 억울하다. 우리 사회가 나를 이렇게 내몰았다고 그런 외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나이에.

◇ 김현정> 세상에 뭔가를 알리고 싶었던 거예요?

◆ 이윤호> 네, 그래서 혼자 외톨이가 됐고 자기의 장래, 앞은 잘 보이지 않고. 그러니까 이런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러니까 아, 내가 왜 이랬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에 대한 회한도 있고, 세상에 대한 어떤 외침이기도 하고요.

◇ 김현정> 이것도 소시오패스의 특징인 거군요?

◆ 이윤호> 이게 정말 사이코패스고, 잔인성 때문에 그랬던 오원춘 같은 사람이었다면 이런 행위 자체를 하지 않지 않겠어요?

◇ 김현정> 그런 게 또 차이군요.

◆ 이윤호> 자신의 행위를 뭐하려고 만인에게 내가 사람을 죽였다,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라고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 친구가 오원춘 같은 사이코패스, 전형적 사이코패스와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은 엽기적인 연쇄살인이나 연속살인과 같이 다중을 살해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초범이고, 아무런 다른 전과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가 성인 범죄자인데 이 친구는 열아홉밖에 안 되는 미성년,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오원춘과 같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 차이를 두고 이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현정> 용인의 엽기적인 살인사건, 오늘 그 사건의 이면을 파헤쳐봤는데. 사실은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보험금 타기 위해서 옛 애인을 살해하고 지문을 도려낸 사건도 있었고, 40대 공무원이 부인을 살해한 뒤에 토막을 내서 유기한 사건도 있었고. 왜 이렇게 잔혹한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거죠, 교수님?

◆ 이윤호> 첫째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 위주로 내몰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전부 다 만인이 만인에 대한 전쟁을 겪고 있어서 그런 잔인성이 더 쉽게 싹틀 수 있는 사회적인 풍토가 있고요.

◇ 김현정> 나도 모르게 이런 식으로 점점 사이코가 돼 가는 거예요?

◆ 이윤호> 그렇죠. 그렇게 내몰리고 있잖아요. 특히 청소년들 같은 경우는 취업이라든가 진학이라든가 앞으로 진로라든가 장래에 대해서 무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필요한 부모나 학교의 사랑과 애정과 보호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게 내몰려도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완전 튕겨져 나가는, 비뚤어져 버린 사람도..

◆ 이윤호> 올바른 가정과 부모가 있고, 학교가 있다면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을 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지만 이런 친구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도 못하다고요. 동네 주민인가, 할머니인가가 인터뷰한 걸 보면 ‘부모 탓이죠.’ 라고 얘기하는 것들을 한번 들어보시면 상당히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청소년들이 내몰리게 되고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잖아요. 직장에서의 경쟁이라든가 이런 것들. 또 우리 사회가 언론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습니다만 지나치게 폭력에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폭력을 쉽게 받아들여요. 폭력이 폭력이 아니라고 느끼게 돼요, 자기도 모르게. 그래서 맞아도 폭력이 아닌 걸로 알게 되고 때려도 그 정도야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그런 관념들이 누적돼 있고요.

또 하나는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음식도 매운 것을 찾죠. 이런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하나로 충족했던 것이 다음에는 두 개, 그다음에는 네 개가 되는 것처럼. 인간의 행위도 그런 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점점 더 자극적이고 잔인한 이런 범죄행위까지도 쉽게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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