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긴장감 유지는 필수요건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긴장감을 잘 유지하느냐가 시청자의 지속적인 관심, 시청률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연출 조수원)는 중반을 넘어선 현재까지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뻔히 보였던 설정을 가지고도 시청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7월 10일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회에서는 기억을 잃은 박수하(이종석 분)의 살인혐의 재판 장면이 그려졌다. 박수하는 기억을 잃은 채 과거 원한관계였던 민준국(정웅인 분)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찰과 검참을 낚시터에서 발견된 민준국의 잘려나간 왼손을 보고 민준국이 사망했다고 가정, 그 살해범으로 박수하를 기소했다.
박수하의 변호를 맡은 장혜성(이보영 분)과 차관우(윤상현 분)는 민준국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박수하의 살해혐의를 벗겨냈다. 결국 누명을 벗은 박수하는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삶을 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시청자가 집중해야 할 것은 박수하의 새 인생이 아니다. 박수하에게 누명을 씌우려했던 치밀한 살인마, 민준국의 생존이다. 방송 후반 민준국은 박수하를 살인범으로 신고한 과일가게 여주인 근처를 맴돌며 사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민준국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상태였으며 왼손에는 의수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이로써 장혜성과 차관우가 주장한 민준국의 생존이 사실임이 밝혀진 셈이다.
사실 민준국의 생존은 이미 대다수의 시청자가 예상했던 부분이다. 7월 4일 방송 말미 장혜성이 "민준국이 살아있음을 주장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더 나아가 민준국의 왼손만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검찰이 살인사건으로 몰고갔을 때부터 시청자는 민준국의 생존을 예상했다.
뻔히 알고 있던 전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회는 긴장감 넘쳤다. 그 비결이 뭘까. 가장 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쫄깃한 대본과 그 대본을 맛깔나게 살려낸 배우들의 찰진 연기력 덕분이다.
정웅인의 생존가능성을 주장하는 이보영의 단호하면서도 절실한 모습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시청자는 자신도 모르게 '제발 이종석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면..'이라고 기도했으 것이다. 반면 짧은 등장시간이었지만 정웅인은 위수를 까딱까딱이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시청자에게 심장 쫄깃해지는 공포심을 심어줬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7월 10일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회는 전국기준 시청률 22.1%를 기록했다. 이는 10회 방송분 19.7%에 비해 2.4%P 상승한 수치이자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벌써 3회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이다. 시청률 파이가 한없이 작아진 요즘 드라마들 사이에서 시청률 20% 돌파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가장 뻔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을 해낼 수 있는 '너목들'의 저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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